(익산=연합뉴스) 임채두 기자 = “워낙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저열량 식품의 소재를 개발하게 됐죠.”
14일 원광대학교 이창주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의 연구실 칠판에는 난소화성 저항전분(RS)의 구조적 특징에 관한 기록이 빼곡했다. 팀 연구 과제를 적어놓고 방향을 설정하고 있었다.
이 교수는 저열량 식품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식품 산업에 접목하는 연구에 진심이다.
그가 국내·외에 발표한 연구 논문만 37편이고 관련 분야 특허까지 보유했다.
2021년 국제생물고분자학회지(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Macromolecules)에 실린 논문은 SCIE급 중 상위 단계다.
옥수수, 감자, 고구마 전문에 에스터화(산을 에스터로 변하게 하는 것)한 저항전분의 구조적 특징을 조사했다.
이 저항전분과 사과산을 결합한 저분자로 소화효소의 접근을 막고 체내 흡수를 못 하게 했다.
대신 유익균을 살려 장의 건강을 증진하는 구조로, 쉽게 말해 음식을 맛있게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‘신대륙 발견’급의 연구다.
구황작물의 RS 함량을 최대 89.8%까지 끌어올리고 조리 후에도 함량에 별반 차이가 없도록 했다.
사과산 처리된 저항전분이 열을 이용한 조리 과정에서 손실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.
이를 이용한 식품이 대중화하면 ‘1년 내내 다이어트 중’인 현대인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.
이 교수는 ‘사과산 처리에 의한 저항전분이 증진된 가교화 전분의 제조 방법’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등록도 마쳤다.
그는 “몸에 유해하지 않고 타 물질과 결합도 잘 되는 사과산을 연구에 이용했다”며 “RS 함량을 30∼40%까지 밖에 올리지 못했던 과거 연구에 비하면 평가할 만한 성과”라고 말했다.
연구 방향은 ‘쌀’로 옮겨갔다.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쌀이라니….
유사한 방법으로 쌀의 RS 함량이 68.2%까지 오르는 결괏값을 확인했다.
이중나선을 이루는 전분의 결정화도가 감소함에 따라 열적 특성도 감소했다.
이 교수는 말산(과실에 들어 있는 유기산의 일종) 처리된 쌀의 열 안정성이 높아 소화성이 낮은 식품 성분을 개발하는 데 용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.
다만 쌀에 남는 약간의 신맛, 푸석푸석한 식감을 해결해야 한다. 이 연구 결과도 특허 심사 중이다.
이 교수는 10여년 전 CJ식품연구소 연구원이었다.
탄탄한 직장에 남부럽지 않은 연봉이었지만, 저열량 소재 개발의 꿈을 위해 장기 프로젝트가 가능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.
워낙 먹는 걸 좋아했던 터라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소재와 식품을 직접 개발하고자 한 것이다.
미국에서 3년 반가량 박사후연구원(포스트닥터) 과정도 거쳤다.
그는 저열량 식품의 시장 확대를 넘어 ‘완전 제품화’를 희망한다. 연구를 통해 식품의 열량을 낮춰봤자 현 시판 제품의 대체품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.
그는 저열량 식품이 대체품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하길 바란다고 했다.
이 교수는 “가공식품에 관심이 있어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쭉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도 저열량 탄수화물을 연구했다”며 “국내의 쌀 과잉 생산의 문제를 해결할 가루 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”이라고 말했다.